작품소개
봄처럼 따뜻하고, 여름처럼 활기차며, 가을처럼 풍성하고, 겨울처럼 순수한 이야기.
“매일 울었어요? 나처럼?”
“그랬어.”
“죽을 것 같이 아팠어요? 나처럼?”
“그랬어.”
“보고 싶어서, 밤마다 울었어요? 나처럼?”
“그래, 그랬어. 매일 매일 그랬어.”
“정말 그랬어요?”
“정말 그랬어.”
그럼 나 안아 줘요, 당신. 이제 더는 망설이지 말고, 미루지도 말고,
나 안아 줘요. 깊게.
▶ 책 속에서
몸이 얼고
다 얼어터진 후에야 비로소 바람을
나무가 가지를 휘어
안고 등을 쓸어내린다
아픈 데 없느냐
내가 널 잊었겠느냐
바람이, 제 품에서 우는 것을
늙은 나무는
뼈를 뚝뚝 꺾어내며
보여주려 하지만
나무는 모른다
바람은 제 목소리가 없다는 것을
울음이 없다는 것을
끝내는
나무의 뼈마디 으스러지는 소리만
마을까지 내려와
아궁이 군불 삭정이 같은 것이 되어
사람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곤 하는 것이다
- 이성목, 나무가 바람을 만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