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서연 지음
“기억하든 못하든 남자라면 책임질 건 져야지.”
준수는 하루 종일 마음이 심란하기만 하다. 그 이유는 어젯밤, 10년 동안 자신을 쫓아다녔던 선미와 만취 상태에서 하룻밤을 보내 버렸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회장, 바로 선미의 아버지에게 그 현장을 들켰다는 것이었다. 이제 와서 후회는 소용없었다. 게다가 아직 선미를 여자로 본 적이 없을 뿐이지 따지고 보면 그녀는 몸매면 몸매, 얼굴이면 얼굴, 모두 매력적이지 않은가.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갈 데까지 가 보자고!
▶잠깐 맛보기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어. 우리, 이성적으로 생각해.”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치사하게 그런 일로 책임지란 소리하지 않을 테니까, 그만 돌아가.”
준수는 마치 별일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구는 선미를 먹먹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너야말로 애써 괜찮은 척할 필요 없어.”
“괜찮을 것도 없고, 안 괜찮을 것도 없어.”
“정말 기억 안 나?”
“기억하면 뭐가 달라지는데?”
갑작스러운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준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의 미소가 마음에 들 리 없는 선미가 정색을 하며 그에게 되물었다.
“뭐야, 그 웃음의 의미는?”
“어제 내가 한 말은 잊어. 어색하고 불편하겠지만…… 가는 데까지 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