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갈게.”
메이는 금방이라도 나가 버릴 것 같은 새힘에게로 손을 뻗쳐 팔목을 거세게 움켜쥐었다. 그의 심장이 사납게 울려대고 있었다. 이제, 더는 감출 수가 없다. 새힘을 향한 마음을 더는 숨길 수가 없었다.
“가지 마.”
한껏 가라앉은 메이의 목소리에 새힘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은성이를 싫어하는 건 알겠는데, 지금은 가 봐야 할 것 같아. 우리 동네 근처까지 와 있대.”
새힘은 짤막하게 설명을 하고 잡힌 손을 빼기 위해 힘을 주었다. 하지만 메이는 전혀 손아귀에 힘을 풀지 않은 채 고개를 들어 그녀를 응시했다.
“내가 안 보내 주면 어쩔 거야.”
나직한 말투. 어둡고 쓸쓸하고 굳은 그의 얼굴에 새힘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늘 차분하던 밝은 갈색의 눈동자는 공허함을 담은 채 잔뜩 어두워져 있었고 아름다운 입술은 노기인지 슬픔인지 모를 차가움을 담고 있었다. 이런 얼굴의 메이는 처음이다. 이렇게 상처를 입은 듯 낯설게 느껴지는 메이는 처음이었다.
“부탁할게. 가지 마.”
“뭐, 뭘 부탁씩이나 하니? 너, 지금 되게 이상해. 내가 알고 있는 너 같지가 않아.”
“……지금 그놈한테 가면 나, 너 안 볼 테니 그리 알아.”
“뭐? 네가 은성이를 싫어하는 건 내가 백번 이해하겠지만 고작 이런 걸로 날 안 본다는 건…….”
“내가 단순히 그놈이 싫어서 이러는 것 같아!”
갑작스런 고함에 새힘은 어깨를 움찔하며 입을 닫았다. 메이가 소리를 질렀다. 그것도 지독히 화가 난 얼굴로.
“그럼 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
“왜 이러는 것 같아?”
메이의 입가가 비틀려 올라갔다. 그리고 어둡게 꺼진 그의 눈에 광채가 돈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가 갑자기 옥죄고 있던 그녀의 팔을 확 끌어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