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어린 시절부터 옆집에 살며 두 살 어린 다흰과 친구처럼 지낸 진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도 둘만이 공유하는 각별한 정을 느끼며 지낸다.
이후 이십 대 후반이 되어 각자 ‘촉망받는 벤처기업 대표’와 ‘외국계 유명 미용회사의 한국지사 팀장’이라는 전문직에 종사하면서도 둘은 각별한 우정을 과시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흰의 회사에 이사로 부임한 태환으로 인해 둘은 서로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되는데…….
-어차피 네가 날 여자로 볼 리 만무하고, 나 역시 널 그렇게 느낄 리 없잖아.
-잘 들어. 난 네가 장가가도 너랑 친구할 거고, 내가 애 딸린 아줌마가 돼도 너랑 지금처럼 지낼 거야. 미안하다, 다흰아…….
네 말처럼 해 줄 수가 없을 것 같다. 너에게 미안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미안해지고서라도 네가 고집하는 관계를 벗어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너 조금만 힘들어하면서 내게 오면 안 되겠니. 평생을 ‘너 때문’이라고……
날 원망하며 살아도 괜찮아. 날 향한 네 마음이 끝내 안 된다고 해도, 네 말을 들어줄 수가 없을 것 같다. 다른 모든 건 들어줄 수 있지만, 내게 선을 긋는 그 말만큼은 들어줄 수가 없을 것 같다.
허공에서 끝이 보일 정도로 하얗게 타들어간 담배를 비벼 끈, 진서의 입에서 나직한 혼잣말이 새어나왔다.
“살아야 하니까…… 내가 살아야 하니까…… 이번엔 내가 미안해지자. 다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