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오로지 가문만을 위해 살아온 삶.
아무것도 바랄 수 없었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단지 가문을 위해 헌신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헌신의 끝에 돌아온 것은 매몰찬 죽음이었다.
“네가 감히 분수도 모르고 가문의 수호 마법을 가졌으니, 목숨으로 갚아라.”
그렇게 나는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다. 죽음은 영원한 안식이니까.
이제는 좀 쉴 수 있겠지…….
“일어나셨습니까, 아가씨.”
……내 안식이 사라졌다?
* * *
1년 전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나는 결심했다.
‘이렇게 된 거 최대한 빨리 죽어야지.’
그런데 가문의 수호 마법 탓에 쉽사리 죽을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한 남자를 찾아갔다.
내가 헌신해 온 가문과 적대관계인 가문의 수장
그리고 수호 마법을 뚫고 나를 죽여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안녕하세요, 날씨가 좋네요. 늘 추운 우리나라지만 요즘은 그래도 좀 따뜻한 것 같아요.”
그래서 말인데요.
“저 좀 죽여주시겠어요?”
초면에 죄송하지만, 최대한 편안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