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12년.
인생의 반을 함께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누구보다 가깝지만, 그 누구보다 멀기도 한.
하진과 정에게 서로는 그런 의미였다.
쉽게 사라지지 않을, 망쳐지지 않을,
그래서 겹쳐지진 않더라도 어긋나지도 않을 오랜 친구.
따듯한 바람이 불던 어린 봄날,
해가 저물어 가는 오후의 음악실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들었던 그 순간부터 시작된 마음이었다.
그러니 겨우 불안한 감정 따위에 질 순 없었다.
때로 격한 욕심이 치밀어 오른다 해도,
때로 갖고 싶어 미칠 것 같다 해도.
하지만 12년.
무심하게 흐른 시간만큼 켜켜이 쌓인 조급함이
기어이 덮쳐 오고 말았다.
“10년이 넘었는데도 변하질 않아, 내가. 더는 못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