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기쁠 때나, 슬플 때, 그리고 괴로울 때… 술처럼 생각나는 그 남자.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더니, 친구라고 생각했던 미진에게 남자친구를 빼앗긴 것으로도 모자라 직장에서 해고까지 당한 지혜는 외로움과 괴로움을 달래려 매일같이 홀로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인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 보면 집에서 곱게 누워 이불까지 덮고 있는 게 아닌가. 참 깔끔한 술버릇이라고 자화자찬하며 오늘도 포장마차에서 궁상을 떨고 있는데,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
“오늘은 업고 가지 않아도 되겠군.”
도대체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 무엇보다 이 남자는 대체 누구?
▶ 잠깐 맛보기
「아빠와 한 약속이 이거였나요?」
너무나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하지만 맞는다고 하기엔 뭔가 부족하고,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엔 거짓이었기에 건우는 대답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아니라고는 대답하지 못하겠군. 하지만 그 약속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군. 원장님과의 약속이 아니었어도 난 당신을 보살펴 주고 싶으니까 말이야」
「왜죠? 아무도 의지할 곳 없는 내가 불쌍해 보였나요?」
「그렇게 말하지 마」
불쌍해 보였냐는 지혜의 말에 건우는 벌컥 화를 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지혜는 계속 말을 이었다. 너무도 침착하고 너무도 냉정하게….
「이젠 그 친절 사양할게요. 그간에 받았던 도움으로도 충분했어요. 이젠 저 혼자서 제 인생을 헤쳐 나갈 수 있을 만큼의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해요. 정말 고마웠어요」
「내 마음을 그렇게밖에 받아들일 수 없는 건가? 내가 당신에게 갖고 있는 감정은 그저 보살펴 주고 싶은 게 아니라…」
「됐어요. 애써 변명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난 그간의 도움이 굉장히 고마웠어요. 하지만 이젠 그 도움… 사양할게요. 이제 그만 가 줘요」
지혜는 설명하려는 건우의 말을 중간에 끊고 이제 그만 가 달라는 말을 끝으로 눈을 감았다. 바보처럼 또다시 건우에게 기대려는 자신을 향한 외침이기도 했지만 원장님과의 약속으로 자신을 보살펴 주고 싶다는 건우의 말이 왠지 모르게 가슴에 상처를 남겼다.
‘이젠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혼자 살아갈게요. 그 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당신이 없었다면 혼자서 버텨 내기 힘들었을 거예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