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잡은 손을 놓지 않겠다던 그 약속을 믿었습니다.
무남독녀 외동딸로 태어나 귀하게 자랐지만, 불의의 사고로 양친을 여읜 후 기댈 곳 하나 없이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된 슬안. 돌아가신 부모님께 차라리 자신도 데려가 달라 빌던 그때, 그녀의 나이 다섯 살에 아버지가 정해 주셨던 정혼자 재림이 나타난다. 그가 모진 구박을 일삼던 숙모로부터 자신을 구해 준 그날부터 오로지 재림만을 바라보며 소녀에서 여인이 된 그녀. 하지만 그는 애타는 슬안의 마음을 외면한 채, 마음에 담아서는 안 되는 이를 담은 채 방황의 날들을 보내는데…….
▶잠깐 맛보기
“나랑 살려느냐?”
“살아 드리겠습니다.”
“살아 주겠다?”
“서방님을 따라 산다 하면 말이지요, 혹여 제가 미운 짓이라도 하면 그만 사시겠다고 하실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제가 살아 드려야지요.”
재림은 슬안의 주장 중 허점을 짚었다.
“혹여 내가 미운 짓을 하면 내소박 놓으려고?”
“제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녕 소첩이 서방님을 마다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옵니까?”
“내 과오가 오점이, 나를 미련한 이로 만든다.”
잊으려고 노력할 뿐 애초부터 없었던 것처럼 깨끗이 지울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지아비의 옛사랑을 끌어안겠다는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하나 그것을 타박해 아름답게 가꾸어 나갈 수 있는 저희들의 미래를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저는 자격지심이나 일삼는 못나고 미련한 이하고는 100년 동안 살고 싶지 않습니다. 잘난 이하고 살고 싶으니 당장 내소박 놓겠습니다.”
슬안의 얼굴에서 노기가 물러가고 꼴 먹이는 총각에게 손목 잡힌 처녀 같은 수줍음이 돌아왔다. 그러나 대답은 여전히 당찼다.
“좋습니다. 저는 서방님이 참말, 참말 좋습니다.”
* 이 전자책은 2012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신부]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