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저기요.”
돌아보니 독특한 인상의 남자가 서 있었다.
“저요?”
“왜 안 왔어요?”
“네?”
“왜 안 왔냐고요.”
도무지 알아듣지 못할 말들.
뒷걸음질을 치자 남자는 덥석 손을 뻗었다.
“형이 선이 씨 얼마나 기다렸는데!”
“저,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은데요……. 제 이름은 민혜오예요.”
누군가와 닮았다는 익숙한 착각.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적의 밑에 깔려 있는 애정, 그리움, 애처로움.
눈 녹은 흙탕처럼 얽히고설킨 눈빛.
저 남자는 왜 저런 눈으로 나를 볼까?
“정체가 뭐예요?”
그것은 오히려 내가 그에게 되묻고 싶은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