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왕국에서 유일하게 황금 사과가 재배되는 풍요의 땅 서머싯, 그 아름다운 영지의 주인 데이지는 자유의 나날을 보내던 중 뜻밖의 방문객을 맞이한다.
데이지가 여태 외면하고 달아난 과거를 한아름 들고 온 진저 해밀턴은 수도의 싱클레어 백작가에 있는 그녀의 아들, 노아가 방치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그길로 패딩턴행 기차에 몸을 올라탄 데이지는 과거에 친밀하게 지냈던 이난나 브리앙셋 대공녀를 떠올린다.
그때는 친구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아름다운 소녀를.
십여 년만의 재회, 깨어진 우정 사이로 오래 전에 묻어두었던 감정이 피어난다.
***
“버찌 좋아하니?”
“버찌?”
이난나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맴돌았다.
“그게 이 호수 근처에 버찌 열매가 열리는 나무가 있는데, 오늘 노아에게 좀 따주려고 했거든.”
데이지는 주절주절 설명을 늘어놓았다. 어색함에 그녀의 손이 꼼지락거리는 것이 이난나의 눈에 들어왔다.
“좋아하지. 처음 먹어 본 버찌도 네가 따줬는걸.”
“그런 걸 다 기억해?”
“전부.”
이난나는 살짝 눈을 감았다가 떴다. 옛 기억을 떠올리기라도 한 것처럼 아련한 분위기가 풍겼다.
“전부 다 기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