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당신을 잊지 않아.
백 년을 하루같이, 설사 천 년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돌아올게. 당신에게.
유수경,
박복하다면 박복할, 고생과 근심별자리 주민 몇 년 차에
바쁘게 몸을 움직이며 흘러가는 하루하루가
살아나가기 위한 최선인 줄만 알았다.
나를 생각하지 않는 삶.
현실을 유지하기 급급한 삶.
쓸쓸하지 않았다, 서글프지 않았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목연오,
무서우리만치 아름다운 눈을 가진 그 남자가
그녀의 삶에 한 발 들어선 순간
세상이 온통 치자꽃으로 피어났다.
“어쩌면 못 기다릴지도 모르겠어. 인내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시간의 의미가 달라. 시간이…… 전과는 아주 다른 식으로 흘러. 오늘처럼 긴 하루, 나는 여태 겪은 적이 없거든. 내일도, 내일모레도 오늘같이 흘러간다면 나는…….”
조금씩 말이 빨라지던 그가 뚝 말을 그치고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저 바라만 볼 뿐인데 나도 모르게 몸을 사리며 그의 눈에서 달아나고 싶어졌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로 그 눈빛에 꼼짝없이 붙들려 애꿎게 타는 입술만 깨물었다. 고요하게, 나를 태워나가는 푸른 불꽃같은 그 눈빛에.
“차라리 작정하고 홀려서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으로 데려가 버릴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