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왜…… 여기에 있어?”
명하가 날 알 리가 없었다. 아마도 다른 누군가와 착각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어떤 착각이든, 그것은 남은 몇 걸음을 더 다가갈 수 있게 해주었다.
“내가 주워줄까?”
이상한 말.
그러나 명하는 어떤 의문 표현도 없이 물끄러미 날 올려다보고 있었고 나 역시 놀랍도록 담담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계속된 침묵에 그만 돌아서야 하나 하고 생각했을 때, 명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날 데려가줘.”
나는 놀라지 않았다. 다만 명하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명하가 그 손을 잡았다.
생각해 보면 그것은 충동이었다.
지금도 이해 불가능한 한순간의 충동.
사람들이 말하는 뭐에 홀린 것 같은 순간.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그가 나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