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늦었나 봐.” 철모르고 늦은 비. 그래도 꼭 왔어야 했던 비. “네가 뭐라고 해도 나, 너 여자로밖에 안 보여. 이미 너 친구로 안 본다고.” “너 지금 나한테 뭘 하고 있는 건 줄 알아? 절교 선언하고 있는 거야, 지금.” 늦은 비가 왔다. “왜 마음에 드는 여자를 그냥 보고만 있어?” “나쁜 자식.” “미안하다.” “미안하면 물러줘.” “안 해, 쓸데없는 노력.” 친구의 마음에……. “나 사랑해달라는 말 안 해. 내가 알아서 그렇게 만들 거니까.” 가을장마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