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학자후원금을 들고 상해로 튀어버린 사촌 대신 남장을 하고 경성 제국대학에 가게 된 문영. 홍문영이 아닌 홍근영이 되어 3분지 1학기만이라도 버티는 것만이 목표! 누구에게도, 절대로 자신이 홍근영이 아님을 들키면 안 된다. 그런데... 익상은 문영에게 등을 보인 채로 미동도 없이 제자리에 서 있었다. 빗속에서 그녀를 본 순간,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러다 어떻게 된 사태인지 머리가 깨닫는 순간 빠져나갔던 피가 되돌아와 거꾸로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눈에서 확 불꽃이 일고 휙 그대로 꼭뒤가 돌아버리는 것 같았다. 일본 놈들에게 칼을 꽂을 때도, 거꾸로 자신이 칼을 맞을 때도 늘 차가웠던 머리와 가슴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사내가 아닐 것이라 거의 확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정말로 그녀임을 확인하는 순간! 심장은 스물일곱 해 동안 차가웠던 머리와 가슴을 한순간에 비웃어버렸다. “……벗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