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사랑을 빌려드립니다.
그 어느 순간이라도, 장소 불문, 이유 불문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 친구, 형제, 부모, 모든 역할을 대행해 드립니다.
고객님들의 가장 은밀한 부분까지도 비밀에 붙여지며,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프로들만으로 엄선된 서비스가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똑바로 말해. 반말을 하지 말라고?
근데 어쩌지? 지금 당신 남자 친구 대행으로 날 빌린 것 아니었나?
사람이 친분이 깊으면 당연지사로 말을 놓게 마련인데,
혹시 정말 남자 한 번도 사겨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
지민은 분한 듯 숨만 몰아쉬었다.
그래, 내 별명이 깨진 바가지다.
제대로 사겨 볼 시간도 없이 맨날 축구공처럼 뻥뻥 차이기만 했었다.
하필이면 많고 많은 남자 중에 이런 성격 파탄자가 걸렸는지
정말 지민은 재수가 없다고 다시 중얼거렸다.
“내 역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안 들어도 되는 건가?”
“꼭 들어야 해요? 딱 보면 필이 오지 않나?
그렇게 눈치가 없어서 사회 생활하기 참 힘들겠다.”
“그럼 내 맘대로 행동한다. 나중에 앞 뒤 말이 안 맞았다고 말 하면 안 된다 이거야.”
이죽거리듯 말을 하는 석규를 바라보며 지민은 암팡지게 눈을 치켜떴다.
“말 놓지 말라고 했죠? 난 댁과 개인적인 친밀감을 안 보여도 좋으니,
자리만 채워주고 가만히 앉아서 나에게 뜨거운 눈길만 보내요.
그럼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사랑, 아니 사람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통해 만난 지민과 석규.
한데 빌린 것이 사람이 아니었나 보다. 사랑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