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굵어진 빗줄기가 고스란히 단우를 때리고 떨어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푹 젖었다. 그런데도 단우는 비를 피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단우 씨.] “단우 씨.” 전화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바로 앞에서 들렸다. 단우는 흐릿한 시야에 들어온 한 인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폭우 속에 있어서일까, 이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태경이 그녀에게 걸어왔다. 그는 평소보다 흐트러진 모습으로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쉬고 있었다. 동시에 전화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우산을 그녀에게 씌워 준 태경이 핸드폰을 들고 있던 손을 내렸다. 그러자 전화 속 숨소리가 멀어졌다. 대신 단우의 머리 위에서 태경이 크게 호흡했다. “아무리 급해도 우산은 챙겨야죠. 감기 걸립니다.” “…태경 씨가 오빠였어요?” 단우는 일렁이는 눈으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