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짧은 만남. 그리고 3년이란 이별.
3년이란 시간 동안 그의 곁에는 늘 그녀가 있었다.
그녀다.
보고도 믿을 수가 없다.
잘 지냈냐는 안부를 물어 볼 겨를도, 그동안의 사정을 물어 볼 겨를도 없다.
다시는 바람처럼 사라지지 않도록, 다시는 도망가지 않도록 잡아야 한다.
이번엔 절대 놓칠 수 없다.
그가 돌아왔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돌아서야 한다. 또다시 같은 상처를 받지 않도록…….
수없이 원망하며 미워하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것들은 고스란히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쌓여 버렸다.
[본문 중에서]
차에서 내린 재훈은 조금 전 발견한 그 우체통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심장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특별할 것 없는 작은 우체통이지만 그에게는 잊지 못하는 기억 중 하나다.
‘넌 그대로구나.’
시간이 흘러 색깔이 바래긴 했지만 분명 3년 전에 보았던 그 우체통이 맞았다. 재훈은 그 우체통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누구세요?”
“……!”
재훈은 뒤에서 들려오는 여자 목소리에 몸을 돌렸다. 동그란 단발머리에 안경을 낀 여자가 한 꼬맹이의 손을 잡고 서 있었다. 아마도 집 주인인 듯 했다.
“뉴규세요?”
아이가 여자의 말을 따라 했다.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한 그가 대답을 못 하고 있는 사이 여자는 불쾌한 표정을 드러내며 쌀쌀맞게 말했다.
“그만 비켜 주시죠.”
여자의 힘에 옆으로 떠밀리면서도 그는 여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외모가 많이 달라졌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여자가 김은지라는 것을. 재훈은 대문 안으로 사라지려는 그녀의 손목을 우악스럽게 잡아당겼다.
“김은지?”
파삭!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검은 봉지가 바닥에 떨어졌다. 바닥은 깨진 계란으로 엉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