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고등학생 때 취미로 쓰다 그친 소설 속에 빙의했다.
어머니는 사고사하고, 아버지는 감옥에 간 직후 생사불명. 덕분에 일곱 살 나이에 아직 이름도 없는 고아 소녀가 되었다.
남의 집에서 구박데기 신세로 지내던 도중 지쳐서 도망치다가 잡힌 다음에는 노예 상인들에게 팔려 가 버리기까지.
이대로 이번 생은 망했나 했는데…….
제국의 제일가는 악당으로 명성이 자자한 공작이 나를 샀다.
“일곱 살치곤 몸집도 작고…… 너무 말랐는데.”
황제를 꼭두각시처럼 부리고, 황실을 농락하며, 귀족들의 목을 써는 게 취미인 원작 속 최악의 악당, 헨리에트.
알고 보니 그 무서운 사람이 하필 감옥에 갔던 내 친부란다!
그런데 뭔가 그 악당과는 좀 다른 것 같은데?
"저, 공작님……."
"말고."
"……아, 아버지?"
"그것도."
"……아빠."
"그래, 내 딸아. 오늘은 무엇을 가지고 싶으냐."
그저 무서운 줄로만 알았던 헨리에트는 생각보다 더 다정하고.
"앞으로 누가 괴롭히면 큰오빠에게 꼭 말해야 해, 알겠지? 호수 밑바닥에 담가 버릴 테니까."
"오늘은 작은오빠하고 꽃구경을 갈까? 유리 온실에는 관상용 인어가 굉장히 많아.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직접 잡아 왔어. 잘했지?"
"이 느림보야! 아버지가 부르시잖…… 아니, 화 낸 거 아니거든? 젠장, 시무룩해지지 마! 아악! 그래! 내가 다 잘못했다! 됐냐?"
새로 생긴 오빠들도 원작에서는 분명 악역이었던 것 같은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친절하다.
"네가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도 좋다. 우리 가문의 그 누구든, 너의 말이라면 반드시 귀 기울이고 그대로 행하며 이룰 테니."
그런데 이상하다. 내가 쓴 소설은 원래 이런 내용이 아니었는데?
* * *
"……나와 몇 가지만 약속하겠다고 하면, 다시 네 곁에 계속 있을게. 널 안 떠나겠다고."
"약속 따위가 없어도 나는 언제든 당신을 잡아둘 수 있어요."
"과연 그럴까? 나는 언제든지 네가 다시는 날 찾을 수 없을 곳으로 달아날 수 있는데?"
그가 눈썹을 찌푸렸다.
고작 한 마디의 작은 표현이 이토록 지독한 어긋남을 가져올 줄 알았다면, 차라리 그때 입을 다물고 있을걸.
나는 지금 몹시 후회하는 중이었다.
"착각을 하고 있군요. 애초에 내가 당신을 놓아줄지, 그것부터 먼저 가늠해 보아야 할 일이 아니던가요?"
"……뭐?"
"누가 달아나도록 두겠다 했나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역시 좀 잘못 걸린 것 같다.
"만약에 정말 달아나게 된다면, 내게 다시는 붙잡히지 말아야 할 거야."
#빙의물 #제국 실세 악당 가문의 진짜 실세인 막내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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