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부유한 양반가의 고아 소녀, 송영복.
괴짜 부친의 방랑벽으로 잃은 것이 많았지만, 신비로운 유산이 그녀를 일으켰다.
뒷마당에 숨겨진 1년 내내 따뜻한 공혈 속 비원.
그 땅에서 자란 향기로운 가비 나무가 약차원의 영업 비밀이었다.
봄날의 정취가 가득 한 날, 단 하루 약차원 문을 닫았을 뿐인데, 인연이 시작됐다.
“손. 치워주시지요.”
반반한 얼굴에 번지르르하게 차려입은 한량 선비가 손을 잡는다.
실수라기엔 기생오라비 같은 선비놈이 영 수상하고 재수가 없다.
폐주가 되고 싶으나 노력과 배짱이 부족해 아직은 성군에 가까운 이 원.
젊은 혈기에 민심을 돌보겠다는 핑계로 밤마다 잠행을 다니느라 만성 피로에 시달린다.
약차원에서 파는 총명차가 잠을 쫓아주고 집중력을 높여준다는데,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 약물에 의지하기 시작하면 나약해지는 법.”
말은 그렇게 했으나 가비차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
구수하면서도 산뜻한 꽃향과 묵직한 나무향이 함께 어우러진 황홀한 향이었다.
생경해서일까. 향기에 취해서일까.
여인의 손끝을 바라보는 원의 마음이 주책맞게 설렜다.
그러나 원은 묘한 향기를 품은 약차원의 주인 송영복과 가비 차에 흠뻑 빠져버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