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너! 그 눈 가리라고 말했지!”
그건 내가 어머니에게 버려지기 전까지 수없이 듣던 말이었다. 색이 다른 두 눈동자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고.
그런데 누가 알았을까.
가장 절망적인 상황에서 희망을 만나게 되리라는 걸.
“너무 예쁘다!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
나보다 훨씬 작은, 사랑스러움이 넘쳐흐르는 여자아이가 나에게 한 말이었다.
처음이었다. 내 눈이 예쁘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오늘부터 네 이름은 리시안셔스, 리시안이야. 앞으로는 유릴이랑 함께 사는 거야.”
유릴리아는 나의 가족이, 친구가, 그리고 구원이 되어 주었다.
그런 그녀를 위해 차가운 빗속에서 맹세했다.
‘너만은 내가 지켜줄게, 유릴. 내 목숨이 다한다고 해도.’
버려진 왕녀로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는 유릴리아를 지키기 위해 난 기꺼이 검을 들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누군가를 해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유릴리아를 지키기 위한 사명에 두 남자가 끼어드는 건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어째서 날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는 거지.”
“너, 아주 재미있는 걸 숨기고 있던데?”
이 두 사람으로 인해 내 운명이 다시 한번 요동치는 것도.
***
리시안은 온전히 상대의 얼굴이 시야에 담겼을 때, 자신의 눈을 의심하였다.
피가 묻은 걸 넘어 아예 뒤집어쓴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밤하늘 같은 검은색 머리카락과 피처럼 붉은 눈동자.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듯 텅 비어 있는 그 눈을 보고 있자니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이런 상황이 나름 익숙한 그녀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도망치기 위해 등을 보인 순간, 남자가 들고 있는 저 날카로운 검이 자신의 몸을 관통하리라는 걸.
그러니 리시안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괜…… 찮으십니까?”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시녀임을 보여줘야 했다.
그리고 불행히도 리시안의 직감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저 피투성이의 남자는 그녀가 그토록 경계해야 하는 황제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