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죽었다.
황제의 기사로서 절대 가져서는 안 되는 마음을 품은 대가였다.
어차피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이었기에 발버둥 따위는 치지 않았다.
“폐하의 기억 속에서 저에 대한 건 잊어 주세요.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걸.”
그런데 여기서 내가 다시 살아나는 건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그것도 다른 제국의 황녀로.
그리고 신의 못된 장난처럼 다시 그와 마주하게 되었다.
그 순간 내가 바라는 건 단 하나였다.
“폐하께서 부디 절…… 알아보지 못하길 바랍니다.”
***
“죄송하지만 전 폐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
달빛 아래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서 있는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다시 한번 묻겠다. 당신은 대체 누구지?”
자신이 누구냐는 물음에 엘르아의 심장은 이미 주인의 통제를 벗어나 거세게 뛰고 있었다.
동시에 자신을 결코 알아보지 못할 거라는 자신감에 반대로 테르반에게 물었다.
“저도 잘 모르겠군요. 폐하께서는 절 대체 누구로 보고 계시는지. 선조들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이곳에 온 제국의 황녀인지 아니면…….”
‘당신을 좋아하고 따르던 사람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