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내가 헤어지자고 하기 전까진 끝난 거 아니야.”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든 남자와의 재회 후 들은 첫 말이었다.
그 남자, 정이헌은 바람이 유독 날카롭던 계절에 나타났다.
순식간에 재정이 어려운 발레단을 정리하고, 혜음에게 깊은 호기심을 보였다.
“발레단이 발칵 뒤집혔어요, 어떤 상태인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내 관심은 혜음 씨 한정입니다. 발레단이 지금 당장 주저앉는다고 해도 흥미를 보이지 않을 겁니다.”
“할아버지의 발레단이었잖아요.”
“내가 할머니 편이거든.”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였지만, 속절없이 사랑에 빠졌다.
짧은 순간, 이 사람이라면 평생을 함께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만큼.
“연혜음, 넌 내 전부야.”
하지만 이헌과 혜음 사이에는 걸림돌이 많았다.
혜음은 그 걸림돌을 넘지 못하고, 두 번이나 그를 외면했다.
“자꾸 도망치려고 하지 마.”
정이헌은 도망이라고 말했지만, 그건 틀린 말이었다.
도망친 게 아니라 포기한 거였다.
자신의 몫이 아닌 것에 아등바등 매달려 봤자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