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1년 전, 황제의 광적인 집착을 피해 하렘을 탈출해 궁에서 도망쳤다. 하지만…….
“내게서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여겼어?”
“제발 저를 놔주세요.”
레오니드가 눈물로 얼룩진 엘렌의 뺨을 입술로 핥으며 속삭였다.
“아니. 나는 너를 영원히 놓아주지 않을 거야.”
내가 어떤 마음으로 도망쳤는데. 다시 그의 곁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다가오는 그를 피하던 엘렌의 몸이 가파른 경사를 뒹굴어 낭떠러지로 향했다.
“이제…… 그만할래.”
“엘렌. 조금만 더 참아. 내가 널 반드시 구해 줄게.”
레오니드의 손이 닿기 직전에 힘이 다하며 나머지 손이 풀어졌다. 그리고 몸이 허공으로 떨어졌다.
“안녕, 레오니드.”
***
따사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느끼며 감은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렸다. 그러자 한동안 익숙했던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여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나는 분명히 죽었는데.
그런데.
“날 알아?”
짙은 흑발과 핏물보다 진한 동공.
저주의 상징과도 같은 적안의 눈동자를 가진 남자는 제국에 단 하나였다.
그리고…… 전혀 예상에 없던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