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몸도 마음도 바스러질 것 같던 순간,
그녀 앞에 나타난 남자는 악마처럼 아름답고 위험할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머리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
그녀는 이미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래, 어쩌면…
아주 잠깐 마음이 흔들려 남자의 다정함에 기대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이 하룻밤이 어떤 의미가 될지 모르고.
***
그의 입에선 짓이기는 듯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아무 놈이나 골라서 할 결혼이면 나하고 해.”
오해가 있는 모양이다, 생각하면서도 그녀는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그녀의 침묵에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사랑이 없어도 좋아. 몸이라도 와.”
투명하고 말간 눈동자에 그의 얼굴이 비쳤다. 절박함을 이기지 못한 그는 거침없이 말을 쏟았다.
“적어도 우리, 몸은 꽤 잘 맞았잖아.”
네 옆에 있고 싶다는 말을 이렇게 내뱉는 자신이 지독하게 한심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못했다.
“난 미치게 좋았거든.”
그녀를 담은 눈동자엔 광기를 닮은 집착이 넘실거렸다. 한 걸음 다가온 그가 그녀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며 속삭였다.
“지금까지 미쳐 있을 정도로.”
7년 만의 재회.
다시 만난 그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메마른 표정은 생기를 잃었고,
눈빛은 상처 입은 짐승처럼 위태로웠다.
하지만 여전히 위험할 정도로 매혹적이며…
변함없이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