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더 기다릴 수 있었는데, 빨리 나왔네.”
한 번 시작된 일은 되돌릴 수 없어.
인생이 잔인하게 속삭였다.
유독 단정하던 교복과 틈 없이 완벽한 슈트가 겹치는 순간,
12년 세월이 실감났다.
“할 말이 뭐야?”
“나도 잘 지냈어.”
내가 쫓기듯 도망친 그 시절에 서서 여전히 반짝거리는 차규일.
결코 달갑지 않은 재회.
아무리 고의로 무례해도, 그는 너무나 태연하다.
“백서이 그대로네.”
변했다는 걸 스스로 잘 알면서도
도리 없이 그의 눈길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이제 막, 꽤나 익숙한 저 눈빛의 의미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