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낭만은 얼어 죽은 대학교 4학년 취준생 주소영. 그녀의 최근 고민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지는 자각몽이다.
거지 같은 전남친이 문 열다 발가락을 찧는 것보다도, 공감성이라고는 내다 버린 교수가 길 가다 새똥을 맞는 것보다도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오로지 꿈꾸지 않는 숙면.
그러던 어느 날, 매일 밤 강제로 자각몽을 꾸다 못해 수면 클리닉까지 다니는 그녀의 꿈에 빨간 머리의 남자가 나타난다.
“나는 제레미 피셔라고 해요. 당신은요?”
남자의 손에는 가느다란 실이 묶여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과 이어져 있는 붉은 실이.
붉은 실의 의미를 깨닫기도 전에 남자는 텅 비어 공허하기만 했던 그녀의 꿈을 채워 나간다.
“소영, 어서 와요!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자기가 무슨 골든 리트리버라도 되는 줄 아는지, 제레미는 세상만사 피곤하기만 한 소영에게 자꾸만 치댄다.
“오늘은 이거 해 봐요, 우리!”
“……안 피곤해요?”
“소영과 만나서 이것저것 해 보고 일어나면 오히려 상쾌하던데요?”
차마 거절할 수 없는 친밀감으로 무장한 제레미는 소영의 꿈을 다채롭게 색칠한다.
이리 팔랑 저리 팔랑. 투덜거리면서도 어울려 주던 그녀는 스며들듯 그에게 정이 들고야 마는데.
“나, 소영과 현실에서 만나고 싶어요.”
취업하고 평탄한 삶을 그리던 소영. 다정하고 다재다능한 꿈같은 남자가 그런 그녀를 찾아 현실로 찾아온다.
월하노인님. 이 사람 정말 제 인연 맞나요? 인연이라는 게 있기는 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