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소영은 주성을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주성은 이불 속에서 작게 그 말을 중얼거렸다. 흔하고 진부한 말이었다. 세상에서 숱하게 들려오는 말이었다. 거리에는 발에 치일 만큼 많은 사랑이 있다는 것도, 그래서 그런 말 같은 건 전혀 특별할 게 없다는 것도 주성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그 수많은 것들 중에서도 이번에도 주성의 몫은 없었을 뿐이다. 소영도 대수롭지 않게 말했을 것이다. 그런 말은 어머니에게도 아버지에게도, 때로는 친구들과 선생님에게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주성도 알고 있었다. 그게 결코 대단한 의미가 아니라는 걸. 아니, 어쩌면 사소한 의미조차 부여하기 어려운 감탄사라는 것을.
하지만 대단치 않아도 주성에게는 소중했다. 그래도 어쩌면, 그 순간만큼은 분명히 소영에게는 제가 세상 제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게 이상할 정도로 기뻐서, 주성은 제 가슴을 토닥이면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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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 아주 잠깐은 나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해줄래?’
그런 이상한 소원을 어떻게 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