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이 결혼은 비즈니스다. 비즈니스는 끝내야 할 때 끝내지 않으면, 결국 많은 사람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 하지만 왜 나는 그녀를 잊을 수 없는걸까.
“내게 결혼이란, 발렌타인데이 아침에 함께 눈 뜨면서 충만감을 느끼게 해줄 여자를 찾는 거지.”
그녀에게서 뼈에 사무치는 그리움이 뭔지를 배웠다. 숨 막힐 듯한 그리움과 슬픔으로 잠들지 못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웠다. 그녀와 발렌타인데이까지 함께 보내고 싶다. 다음 해 발렌타인데이도, 또 그 다음 해 발렌타인데이도. 계속 그녀와 평생을 함께 보내고 싶다.
“우린 대체 무슨 관계일까요? 우린 가짜 결혼을 한 사람들이잖아요. 그저 지금 우리 사이는 사업 계약일 뿐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진짜 신혼부부처럼 행동하고 있잖아요.”
“사라지지 마세요.”
수진은 이 남자에게 주문을 걸듯 그의 눈꺼풀 위에 입을 맞추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머리 속에서 나를 지우지 마세요. 나를 잊지 마세요.”
어차피 곧 끝날 결혼이요, 사랑이다. 그녀는 막바지에 다다른 그와의 인연에 이런 작은 우연을 끌어다대며 의미를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 의미를 붙이는 순간, 인연의 종결은 견딜 수 없이 힘들어질 테니까. 현성은 갑자기 허둥대는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 그녀가 비온데타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에게 강렬했던 하룻밤의 기억만을 남기고 사라진 여자. 자신을 ‘비온데타’라고 불러달라고 했던 여자.
“안녕하세요, 류현성 씨. 전 이수진이라고 해요.”
현실에서 마주한 비온데타는 그가 찾던 비온데타가 아니었다. 그가 '알바로'가 아니었듯, 그는 정말로 ‘비온데타’를 찾기를 원했던 걸까. 그녀를 포기해야 할까. 아니면 계속 과거의 추억을 억지로 끄집어내 현재로 가져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