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정운서는 세상이 무너질 때 함께 있어주었고 자신을 웃게 만들었다.
절망의 끝에서 보이지 않게 함께 있어주고 함께 견뎌주었다.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제 깨달은 게 오히려 늦은 것이다.
“고작 손수건이었네요.”
지해의 말에 운서의 한쪽 눈썹이 의아한 듯 올라갔다.
지해는 결심했던 것이다.
더는 짝사랑, 외사랑만 하지 않겠노라고.
그래서 한 번쯤은 생애 처음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그 손수건이 사람을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운서 씨를 뛰게도 만들었네요. 그 손수건이…… 시작이었네요.”
지해는 꽃 같은 미소로 운서를 올려다보았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매미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정답게 흘러들어왔다.
“운서 씨는 부자예요.”
“무슨 뜻이오?”
운서가 나지막이 물었다. 지해는 커다란 남자를 마주보았다.
“제 마음속에 집을 한 채 가지고 계시거든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운서는 특별했다.
머리에 비구름이 끼었다며 걱정해주고, 차 사고를 막아주고,
흑기사처럼 정의롭고 멋지게 소매치기와 싸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