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원제 : Doctor in Disguise
SR-55 귀여운 여의사
로버트 알렉산더 키팅 주니어는 서른여섯 살 되던 생일날 오후에 얼음처럼 차가운 북 아칸사스 주 강물에 무릎까지 다리를 담그고 있었다. 손에는 27미터짜리 파리 낚싯대를 들고 이틀 동안 깍지 않아 수염이 거뭇한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채.
그는 아침에 홀로 잠을 깬 것처럼 밤에도 홀로 잠들 것이다. 생일을 축하하는 깃발이나 풍선도 없고, 케이크나 촛불도 없을 것이다. 선물도 손님도 샴페인도 마찬가지고….
게다가 이곳에서는 [프로미넌스 매거진]에 나온 자신의 기사를 본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 기사를 갖고 걸핏하면 놀려대는 친구들도 없고, 그의 기분은 어떻든 상관하지 않고 독신남 명단에서 끌어내리기로 작정한 여자들도 없었다.
그가 오랫동안 바라던, 그런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