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멀리서 바라보며 지켜주는 남자, 베르 그래트. 그러나 그 남자의 사랑은 보답 받지 못했다.
늘 여주인공인 세시아의 곁에 있고, 세시아에 관한 일이라면 제일 먼저 나서던 베르는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없었다. 그는 주인공을 위한, 주인공이 빛나게 할 순간에만 존재할 뿐이었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이뤄지지 않을 생각을 하며 베르를 위로하듯 문장을 쓸었다.
마지막 기억을 끝으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소설 ‘공작의 연인’의 악녀 프리란스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