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알고 싶어지는군. 당신을 향한 이 감정이 뭔지.”
“나를 좋아하기라도 한다는 거예요? 에이, 말도 안 돼.”
사랑에 상처받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그녀, 유리.
어디선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타나 그녀를 구해 주는 그, 형준.
슈퍼맨 같은 그의 사랑 안에 ‘행복의 향기’가 피어난다!
- 본문 내용 중에서
“아주 날 뚫어 버리겠군.”
“에?”
형준의 말에 정신이 든 유리는 그제야 자신이 형준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음을 깨닫고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난 당신 같은 스타일 취미 없는데.”
형준의 말에 유리가 발끈했다.
“허, 무슨! 그런 거 아니거든요! 잠깐 딴생각 좀 하다가 보니…….”
“그 딴생각이 내 생각이었나? 그렇게 노골적으로 내 얼굴을 보면서 생각을 하고 말이야. 입도 벌리고.”
“내가 언제요! 저도 그쪽 같은…….”
“어, 다 왔네.”
앞장서란 듯 턱짓하는 형준을 보며 다시 두통을 느낀 유리는 더 싸울 기운도 없어서 그냥 다 포기한 얼굴로 집으로 향했다. 도저히 이 심형준이라는 남자를 말로 이겨 낼 수가 없었다. 하는 말들이 모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말들뿐이니 대화라는 게 될 리가 없었다.
“아 참, 좀 전에 밖엔 왜 나온 거지?”
“신경 끄세요.”
잔뜩 날이 선 유리의 입에서 고운 말이 나올 리 없었다.
“뭐, 소주라도 사러 나가는 길이었나?”
“아니거든요.”
유리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내가 대꾸를 말아야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나타나서 반말을 해 대며 찔러 대는, 잠깐! 이 사람, 계속 나한테 반말하고 있는 거 맞지?’
번쩍 정신이 든 유리가 밖으로 나가려는 형준을 불러 세웠다.
“저기요, 잠깐만요!”
뒤돌아선 형준의 눈빛이 ‘뭐’라고 묻는 듯했다.
“몇 살이에요?”
“누구, 나?”
“네.”
“알아서 뭐하게?”
“저도 알고 싶진 않은데, 그쪽이 계속 반말을 하고 계시거든요. 무지 기분 나쁘게.”
“적어도 김유리 씨보단 많지.”
“말도 안 돼. 그쪽은 내가 몇 살인 줄도 모르잖아요!”
따지듯이 묻는 유리를 보며 피식 웃은 형준이 대답했다.
“김유리, 28살. 한국 대 졸업. 독일로 유학을 가긴 했으나 중도 귀국. 현재 TK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있지만 사실 뭐 변변히 내세울 만한 이력은 하나도 없는, 그저 그런 강사. 가족도 없고 친구도 많지 않고 돈도 없고. 어때, 틀린가, 김유리 씨? 이런 김유리 씨보다 나이가 많은 내가 반말 좀 했다고 기분 나빴던 건가?”
“…….”
유리는 입을 떡 벌린 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뭐라 대답하긴 해야 하는데 이 상황에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나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이 사람은 대체 정체가 뭐지?’
기가 막혀 말도 못 하고 어벙한 표정으로 서 있는 유리에게 형준이 손을 들어 올려 보인 뒤 현관문을 열었다.
“가져갈 것도 없고 탐나는 사람도 없지만, 뭐 예의상 문단속은 잘하는 게 좋겠군.”
끝까지 유리의 속을 벅벅 긁어 대는 말을 하며 돌아간 형준 때문에 열이 오를 대로 오른 유리가 벌컥벌컥 찬물을 마셨다.
“으아! 진짜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