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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16.10.01 약 25.9만자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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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월드 스타 강해서와 록 그룹 보컬 사하의 인생을 건 대박 스캔들!

“난 다시는 사랑에 안 빠져!”

사랑이 떠난 뒤 남은 상처가 너무 커 추억조차 아름다울 수 없는 여자, 록 그룹 보컬 사하.
사랑을 잃고도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아니, 살아졌다.
사랑이란 삶을 흔드는 독약과 같은 것. 다시는 사랑 따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니까 제발 내게 다가오지 마. 그렇게 다정하게 쳐다보며 진심인 양 말하면 반칙이야.

“도망치려고? 어림도 없는 소리.”

그녀의 목소리에 반한 그 남자, 월드 스타 강해서.
평생 가짜 속에 파묻혀 살다 처음 발견한 진짜를 놓칠 순 없다.
냉혹한 가슴을 두드리는 단 하나의 희망. 그러므로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녀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간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허공(虛空)에서 만난 두 사람.
그들의 눈부신 비상(飛上)이 시작된다!


- 본문 내용 중에서

“그런데, 나하고 어울리는 건 뭐지? 당신이 보기에.”
사하는 별것 아닌 질문에 뜨거운 차가 목에 걸릴 뻔했다. 좋지 않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궁금해한다는 것은.
“글쎄요,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이 정도면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더 물어보지 않겠지.
“그럼 지금 생각해 보면 되겠네.”
“귀찮은데…….”
사하는 구명줄을 잡듯 찻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정말 모든 것이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두 발을 소파 위로 올려 무릎을 세우고 몸을 깊숙이 소파 등에 묻었다.
“사람이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있나.”
해서 역시 느긋하게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의 팔이 소파 등받이에 걸쳐졌다. 자세만큼 여유로운 미소가 짓궂었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기에도 짧은 인생이라고 말들 하죠.”
여름 한낮, 따사로운 햇볕에 처마 밑에서 조는 고양이처럼 반쯤 반개한 눈으로 그녀가 대응했다.
“빚지고 살 성격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지…….”
빚? 무슨 빚?
그녀의 눈이 의구심을 담고 파동했다.
“오늘 밤 재워 주는 값이라고 생각해.”
도발하듯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 장난인지, 진심인지 사하는 답을 찾아 헤맸다.
이 같잖은 수작 뒤에 숨겨진 의도는 무엇일까?
“그 값, 다른 걸로 대신하는 건 어때요?”
“다른 거?”
남자의 눈빛에 호기심이 어린다. 덩달아 그녀의 눈도 빛났다.
“그래요, 다른 거.”
“뭐로?”
해서는 심드렁한 목소리로 그녀의 패에 대한 궁금증을 감추었다.
“글쎄요…….”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갸웃하는 그녀는 순진한 요부 같았다. 살짝 벌어진 붉은 입술이 차 한 모금을 머금으며 뜸을 들인다. 해서는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 그녀가 찻잔을 내려놓고 모나리자 같은 미소를 지을 때까지.
이윽고 그녀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 어느 때보다 직선적으로.
그리고 미소를 담은 그녀의 입술이 열렸다.
“……몸으로 때울까나?”
쿠쾅쾅.
신에게 맹세코 이런 대답이 그녀에게서 나오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해서는 난생처음 당황했다. 천지개벽의 순간을 맞이한 대지가 불을 뿜듯 그의 심장이 벼락을 뿜어 대며 요동쳤다.
사하는 이 모든 변화를 느긋하게 감상했다. 저가 만들어 낸 남자의 동요를 즐겼다. 처음으로 남자의 말문을 막히게 한 데 대한 희열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찰나간의 쾌감이었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그녀 역시 자신이 친 거미줄에 발이 묶여 버렸다. 남자의 대답이 무서워졌다. 입 안이 마르고 억지로 유지하는 미소가 흔들렸다.
“푸하하! 당, 당신 정말…… 걸작인데. 내가 최근에 들어 본 말 중에 가장 웃긴 말이었어.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사하라는 여자가 자신을 스스로 쟁반 위에 올려놓고 내밀 것이라고. 난 듣고도 못 믿겠는걸?”
아직도 잔경련을 일으키는 남자의 입술을 보고 있자니 정말 자신이 터무니없는 행동을 한 것같이 느껴졌다.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은 기분.
“그런데 어쩌지? 그건 내가 대가로 받고 싶은 게 아닌데.”
농담이었어요, 농담! 당신은 농담도 못 알아들어요? 그리고 기긴 누가 기었다고 그래요?”
은근히 붉어진 얼굴로 사하는 발뺌을 했다.
“뭐, 그렇다고 해두지. 당신이 농담이라니 이 이야기는 이만 접고, 난 아직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어.”
“무슨 대답이요?”
“당신이 생각하기에 내게 어울리는 게 뭐냐고 물은 것 같은데? 설마, 그새 잊어버린 건가?”
사실 그까짓 대답이야 어려울 것도 없는 것. 하룻밤 숙박의 대가로는 싼 편이었다. 사하는 고집을 버렸다.
“궁금하다니 말해 주죠. 당신에게 어울리는 건 말이죠, 괜히 폼 잡으려고 시켰다가 한 입 먹고 후회하게 되는, 진하다 못해 쓴물이 올라오는 에스프레소. 알코올 냄새를 넘어 역한 석유 냄새가 나는 도수 75.5의 바카디 151. 내가 지금 크레파스를 씹어 먹는 게 아닐까 확인하게 되는 카카오 함유 99%의 다크 초콜릿. 더 말해 줄까요? 궁금하다면 더 말해 줄 수도 있는데.”
사하가 한 단어, 한 단어 콕콕 집어 가며 말을 할수록 해서의 인상은 굳어져 갔다. 대신 사하의 입가엔 앙큼한 미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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