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이제 우리 그만 만나요.”
나현은 보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태신이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나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현은 불안으로 인해 양손을 맞잡은 채로 생각했다.
‘진즉에 이랬어야 맞는데.’
처음에는 당연히 자신을 만나고 있으므로 태신이 약혼녀와 끝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들려오는 이야기로 미루어 봤을 때 그는 약혼녀와 끝낸 것이 아니었다. 결국 나현은 의도치 않게 태신의 그녀에게 죄를 짓고 있는 셈이었다.
‘이런 남자와는 끝내는 게 맞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태신에게 끌린다는 게 나현은 이상하기만 했다. 아니, 그를 사랑하기까지 한다는 것이 기이했다.
“방금 그 말, 내 얼굴 보고 할 수 있나?”
미리보기
“죄송합니다. 제가 할게…….”
그러나 나현의 말은 채 이어지지 않았다. 태신이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인다 싶더니 나현의 입술을 머금어 온 것이다.
나현은 충격으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태신의 키스가 어느 정도 진행이 된 후였다. 그제야 나현은 손을 들어 태신의 어깨를 밀어냈다. 하지만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태신이 나현의 팔을 붙잡았다. 그도 모자라 그는 다른 손으로 나현의 목덜미를 감싸기까지 했다. 결국 나현은 한동안 태신에게 붙들린 채로 속절없이 입술을 내어 주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