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완벽한 죽음이 필요해.”
복수를 마친 후 삶을 마무리했던 이올라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헤세나가 되어 있었다.
헤세나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서 살길 바라는 마음에 이올라는 멀리 떠날 계획을 세우지만,
이올라의 과거 인연이자 헤세나의 짝사랑 상대인 비사드 뮐러와 엮이면서 자꾸만 계획이 틀어진다.
“영애는 대체 왜 여기 있나?”
“그, 그게.”
“정말 지긋지긋하군.”
처음에는 헤세나가 자신을 아직도 쫓아다닌다 오해해 차가웠던 그.
“네, 공작님이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랄게요.”
“절 사랑한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나 전과 달리 자신에게 무심한 그녀의 모습에 당혹스러움을 느끼던 비사드는 무언가를 눈치채는데…….
“……너. 알고 있지?”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죠?”
떠나려는 이올라와 그녀를 놓을 수 없는 비사드, 두 사람의 술래잡기 같은 관계의 끝은?
▶잠깐 맛보기
“공작님은 절 무척 싫어하셨지 않나요.”
“그러는 영애는 저를 사랑한다 말하지 않으셨나요?”
“…….”
“마치 이제는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얼굴이네요. 웃어야죠.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비사드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미소 지었다. 둘러싼 나무들로 가로막힌 바람 한 자락 불지 않는 정원은 지독히 조용했다.
그건 벼락과도 같은 깨달음이었다.
“……너.”
꽉 쥔 주먹 아래 손바닥으로 손톱이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아프지 않았다. 숨이 절로 가빠 왔다.
“알고 있지?”
눈치챘다, 그녀가 누군지.
어떻게?
물론 그녀가 헤세나인 척 연기하는 데 열과 성을 다하였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이올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거와는 다른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