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겨울의 한복판에서 첫사랑과 재회했다.
크리스마스이브. 청소 용역 업체 ‘뽀득뽀득’의 최우수 직원인 설원은 동료를 대신해 청담동의 고급 오피스텔로 향한다. 벨을 누르고 꽤 까다롭기로 소문난 고객을 기다리던 그녀는 문을 열어 준 남자를 본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고등학교 3년간 수도 없이 고백했고, 딱 그만큼 걷어차인 첫사랑이자 짝사랑 상대 찬빈이 바로 눈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하지만 설원을 더욱 당황스럽게 만든 건 졸업 후 8년 만에 만난 찬빈의 사뭇 달라진 태도였는데…….
▶잠깐 맛보기
“정찬빈. 되게 심심한가 봐?”
“뭐?”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아? 오랜만에 만난 동창, 놀리는 것도 정도가 있지.”
설원은 시선을 슬쩍 내리며 옆으로 비켜섰다. 미쳤나 보다. 가슴이 왜 이렇게 쿵쾅거리며 뛰는 거야. 이미 8년 전에 끝났던 첫사랑한테 이제 와서 뭘 어쩌겠다고. 그녀가 숨을 몰아쉬려는 순간, 찬빈이 팔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심심하지 않아. 지금도 할 일이 넘쳐나서 죽을 지경이니까.”
“그럼 일이나 하면 되잖아. 왜 나한테 이러……”
“연애하자.”
찬빈은 설원의 말을 자르고 입을 열었다. 설원은 그의 말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눈을 깜빡였다. 그가 설원의 손목을 꽉 움켜쥔 채 또박또박, 그녀를 바라보며 거듭 말을 이었다.
“연애하자, 우리.”
“……야, 정찬빈. 너…….”
“미쳤냐고? 그래, 미쳤어. 내가 저번에 말했잖아. 이왕 미친 거 한 번만 더 미친 짓을 해 보기로 했다고.”
찬빈의 시선에 몸이 굳었다. 설원은 그에게 붙잡힌 손목조차 빼지 못한 채 그의 시선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지난 8년의 시간이 그에게 어떠했기에 찬빈이 이렇게 변한 것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오롯이 설원만을 눈에 담은 채 말했다.
“이제는 뒤늦게 후회하고 싶지 않아. 8년으로도 충분했어.”
찬빈이 설원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가느다란 손목에서 팔딱거리며 뛰는 맥박이 고스란히 그의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그러니까…… 나랑 연애하자, 한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