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타고난 운명을 거스른대도 난 그를 선택하겠어.
- 태라의 말
어느 날, 사랑하는 남자의 동생이자 친구가 죽었다. 그것도 바다에 빠진 날 구하려다가.
깊은 죄책감과 절망 속에서 슬픈 거울 속의 그대를 더 이상 사랑이라 말하지 못한다.
“그 사람을 보면 거울을 보는 거 같다, 언니. 그래서 마음이 아파. 거울 속의 그 사람이 나와 다르다고 느껴질 때, 그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헤어지겠지. 억지로 헤어지는 건 슬퍼서 싫어. 아빠도, 건우도 그렇게 다 내 곁을 떠났는데 어떻게 또 그래? 그 사람도 날 보면서 거울 보는 거 같을 텐데, 내가 사라져 버리면 공허해서 어떡해? 언닌 생각해 봤어? 어느 날 거울을 보는데 그 속에 내가 없는 거야. 그럼 무섭지 않겠어? 난 겁나. 어느 날 그 사람이 내 앞에서 사라질까 봐.”
- 건형의 말
동생이 사랑한 여자. 그리고 내가 사랑한 여자. 불면증처럼 사랑이 괴롭다.
‘잠비’처럼 다가온 그녀를 이젠 사랑이라 부르고 싶다.
“제 동생은 한 생명을 구하고 죽었습니다. 그 희생이 값진 건 그 녀석이 진심으로 태라를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저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사랑하다가 죽는 거 불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 셋이 죽는다는 저주의 사주를 타고난 태라. 잔혹한 운명 앞에서 그녀는 이미 두 사람을 잃고,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사람까지 잃을 위기에 처한다. 그녀는 운명을 거스르고 사랑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운명에 순응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것인가.
▶잠깐 맛보기
노래 가사 때문인지 아니면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그의 체온 때문인지 기분이 이상하리만치 간지러웠다. 그가 가볍게 내 허리에 손을 얹었고, 순간 심장이 뚝 떨어질 정도로 놀란 나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러자 그가 눈빛으로 괜찮다고 말해 주었다. 나는 잔뜩 경직된 채 움직이지도 못하고 서 있기만 했다.
“내가 이끄는 대로만 하면 돼.”
“설마 수영이 안 되니 살사 댄스를 배우라는 건 아니죠?”
“둘 다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오, 이거 봐. 리듬을 타고 있잖아!”
그가 감탄하며 내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그의 칭찬에 얼떨떨해졌다.
“금방 익히는데 뭘. 춤 못 춘다고 한 거 취소야. 이 리듬을 기억해. 수영할 때도 춤추듯이 하면 된다고.”
“수영이랑 댄스는 다를 텐데요.”
“몸으로 하는 건 다 똑같아.”
거의 이마를 맞댈 거리까지 얼굴이 가까워진 그로 인해 또다시 가슴이 쿵쿵 널을 뛰었다. 거리를 두려 허리를 슬쩍 뒤로 빼자 그가 빠르게 손을 허리 뒤로 돌려 바짝 밀착시켰다. 심장이 그대로 멈춰 버리는 듯했다. 수줍게 눈길을 내리깔자 그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날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