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순간이지만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 그게 욕망이야.
새어머니의 도박 빚에 짓눌려 살아온 5년은 도연에게 모든 희망을 앗아 가 버렸다. 이젠 더 이상 기대하는 것도, 남은 것도 없는 그녀. 그런 도연에게 다가온 성우는 단 하루의 일탈이자 한순간의 충동이었다. 하지만 모시던 상사에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로 바뀌어 버린 그의 존재에 지독하게 빠져든 도연은 결국 성우에게 자기 자신을 건 계약까지 제안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내일의 희망과 사랑을 잃어버린 그들 사이엔 짙은 욕망만이 자리하게 되는데….
▶잠깐 맛보기
“서 비서는 그런 게 쉽나? 내가 그 수표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겠다면, 어떻게 하겠나? 서 비서의 그 제안을 말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면?”
도연은 입술을 깨문 채 대답할 수 없었다. 그날은 어떤 것이라도 잡고 싶었었다. 설령, 그것이 위험한 결정이었다고 해도, 벗어날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새 얄팍한 자존심이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그거 알아? 누구도 나한테 그런 적 없었어. 누구도 감히, 나한테.”
성우는 손을 뻗어 아직 아물지 않은 생채기가 있는 도연의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엄지손가락에 짓눌리며 벌어지는 입술에 시선이 멈춘 성우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열기가 가까워진 날숨을 타고 번졌다.
“내가 원하는 걸 주겠다고?”
“그래요.”
그의 입가가 차갑게 비틀렸다. 그러다 순식간에 입술이 난폭하게 겹쳐졌다. 그의 혀가 입 안으로 밀려들며 혀뿌리를 뽑을 듯 그녀를 빨아들였다. 그의 입술과 혀는 몇 번이나 깊게 들어와 입 안을 휘저었다. 그러다 그의 손이 블라우스 위로 불룩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을 움켜쥐었다. 욕망이다.
“그런 걸 그렇게 쉽게 생각했다면 오산이야. 서도연.”
성우는 욕망이 어떻게 이성을 앗아 가는지 경고하듯 가르쳐 주고 싶었다. 하지만 오히려 사로잡혀 버렸다. 목덜미에는 여전히 그의 거친 숨소리가 색정적으로 흩어지고, 도연은 저도 모르게 그와 같은 거친 숨을 연방 몰아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가슴이 터질 듯 격렬하게 뛰었다.
“겁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