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밤의 열기 속에서
물에 젖은 데다 극도로 지친 상태에서도 피오렌초는 위협적인 존재였다. 수지는 추운 밤, 베네치아의 수로에서 그를 꺼내준 여자가 사설탐정이라는 걸 그가 알면 어떻게 될까 두려웠다. 더군다나 그녀가 매일 자기를 미행하고 동태까지 보고했다는 걸 알면…. 피오렌초를 그녀의 집으로 데리고 가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지만 그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더 좋은 방법이 없을 듯했다. 그가 잔인한 사기꾼이라는 걸 밝혀내는 게 그녀의 임무였으므로.
바로 그런 그의 신분 때문에 그녀는 그의 팔에 안겨서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 책 속에서
그가 그녀의 몸 밑에서 육감적으로 움직였다.
「발가락을 구부리고 있군. 몸을 그렇게 구부려 봐」
「싫어요!」 그녀가 소리쳤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힘없이 갈라지는데다 떨리기까지 했다.
「왜? 저절로 구부려지는데」 그가 빈정거렸다.
그녀는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가 자신만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그의 목이라도 조르고 싶었다.
뜻밖에도 그가 그녀를 밀어냈다. 「내가…」 그가 뜨거운 눈으로 그녀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당신이 날 여기까지 데리고 온 이유를 오해한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