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애써 잊으려 했지만…
전 CIA 수사관 랭은 민간 경비회사에 취직해 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경비를 담당하게 된 광고회사에 인사차 들른 그는 그곳에서 과거보다 한층 아름다워진 옛 연인 키리와 재회한다. 5년 전 알몸으로 친구와 함께 있는 그녀를 보고 떠나버렸던 그는….
▶ 책 속에서
「들어오세요」여성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렸다.
랭은 문을 여는 순간 그 자리에 못 박힌 것처럼 서버리고 말았다. 그 여성은 흰 린넨 수트에 눈동자색과 어울리는 황록색의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황금빛 머리카락은 얼굴을 감싸듯 짧게 쳐서 높은 광대뼈와 모양 좋은 입술을 향하여 굽이치게 하고 있었다.
랭은 손잡이를 꽉 쥐었다.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가슴을 찌르는 아픔 때문에 목이 바싹 말랐다.
「무슨…」키리가 얼굴을 들었다. 초록색 눈동자가 한 순간 변하는가 싶더니 증오의 빛이 스쳤다. 그녀가 일어섰다. 날씬한 몸매는 옛날이나 다름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