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일자리를 구하는 처지가 된 은진은
아는 선배인 창주의 소개로 누군가의 집을 방문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만난 남자는 10년 전 헤어지고
다시는 볼 일이 없을 거라 여겼던 옛 추억의 잔재였다.
친구라기엔 너무 멀고, 남이라기엔 너무 가까운 사이.
어색하기 짝이 없는 재회 속에서, 영원히 멈춰 있을 것만 같던 관계도
조금씩 변화하며 다른 형태, 다른 감정으로 치달아간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본문 중-
은진은 고개를 낮추었다. 긴 머리카락이 굽이친다.
찰나 망설인 숨결이 가라앉으며 입술과 입술이 마주쳤다.
짧은 정적이 흐른 뒤에야 그녀는 엉망으로 흐트러진 얼굴을 들어 그를 보았다.
“친구끼리는, 이런 거 하면 안 되는 거지?”
그가 따라 손을 뻗었다.
느리게 목덜미를 타고 올라온 남자의 손이 뺨에까질 닿는다.
웃음기마저 걷힌 얼굴. 동공 가득 붉게 차오른 감정을
그는 숨기지도 않고 모조리 토해냈다.
“해도 돼.”
바람이 분다.
수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