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한 가지만 약속해 줘요. 계약은 1년이에요.
그리고 난 제인 에어 코스프래는 안 해요.”
조카 송이의 베이비시터를 뽑는 면접 자리에서 처음 만난 영민과 정희.
“애 보러 들어간 집에서 연애 같은 거 안 한 다구요.
난 제인이 아니고, 그 쪽도 로체스터 같은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무조건 거절하던 정희를 영민이 도발한다.
“제인은 예쁘기라도 하지, 뭘 믿고 그런 망언을 합니까?
그리고 무조건 입주하셔야 합니다.”
야생 고양이 같은 그녀와 재규어처럼 위험한 그의 동거가 그렇게 시작된다.
*
마치 연어가 회귀하듯이, 정희는 영민이라는 물살을 거슬러 올랐다.
영민이 문지르는 손바닥이 너무나 집요하고 뜨거웠다.
혼인 색을 띠는 연어처럼, 정희의 온몸이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캐나다 단풍처럼 빨갛게 불 붙어 타올랐다.
그가 아니었다면, 도저히 가질 수 없는 빛깔이었다.
그만이 그녀를 불타오르게 했다.
물감이 섞이듯 두 사람의 몸이 마구 뒤섞였다.
영민의 입술이 지나갈 때마다 정희의 몸이 떨렸다.
도로 위의 스키드 마크처럼 정희의 하얀 나신 위에 생채기가 났다.
정희는 이 남자가 주는 아찔한 속도감에 숨을 참아야 했다.
영민은 이미 과속을 하고 있었다.
알면서도 통제할 수가, 아니 멈출 수가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통째로 그녀를 삼켜버리고 싶었다.
보아 뱀이 코끼리를 한 입에 삼켜버리듯이.
“당신 땜에 내가 특별해 졌어요.”
“평생 특별하게 해 줄게. 네 끝까지 가 보고 싶어.”
이 여자, 신정희. 나의 야생 동물.
당신을 위해서라면 브라질 벨리즈가 아니라 북극의 설원까지도 맨발로 갈 거야.
지금 그녀의 눈 속에 내가 있다.
가슴이 쪼개지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
정희 속으로 영민은 차라리 녹아들어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