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기억에도 없는 순간조차 곁에 있었다.
한 사람만으로도 꽉 찰 만큼 작은 세상을 가졌던 때부터
모든 나날 속에 늘 함께한 소년이었다.
하지만 그 당연하던 일상을 갑작스레 잃고 나서야
그와의 일상이 당연한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사실을 이해할 만큼 자랐을 무렵,
유일한 버팀목을 잃어 비틀거리던 어느 날,
그를 다시 만났다.
“……태하.”
15년 만에 마주한 남자는 이제 더 이상 그녀의 일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시 내밀어 준 손의 따스함은
그리운 기억 속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네. 아가씨.”
심장이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열 살 이후,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던 것처럼.
그리고 남자와 닿은 손끝에서부터 그녀의 일상은
조금씩, 새로운 색깔로 물들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