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환상 속에 머물고 있는 것만 같은 나날이었다.
“희귀병이요……?”
“클라인 레빈 증후군(Kleine-Levin syndrome). 일명 잠자는 숲속의 공주 신드롬. 짧게는 하루에서 일주일, 길게는 한 달. 그 시간 동안 잠을 자게 되는, 뭐 그런 정신병이라네요.”
처음 보는 여자의 이름을 알고, 대뜸 그녀를 기억하고 있다며 소리부터 지르는. 마치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희귀한 병을 앓고 있는. 그는 아주 특이한 사람이었다. 꽤 많이. 한데, 그런 그가 낯설지 않았다. 흔히들 말하는 ‘데자뷰(Dejavu)’. 그와 함께 할 때면, 마치 그 순간들을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착각이 일었다. 평소보다 잦고, 너무나 선명하게. 또한 단순한 착각이라 믿었던 것들이 점차 마치 현실처럼 느껴졌다. 그로 인한 것들 때문이었을까.
“난 한 번 본 건 절대 잊어버리지 않아.”
아니면, 너무나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그의 신비한 능력 때문이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왜 이토록 익숙했었는지. 잊혀졌던 계절. 너는 사라지지만, 넌 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던.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모든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