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진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은성을 이해해준 친구였고 동시에 주한의 첫사랑이었다.
그런 진을 사고로 잃은 후, 두 사람의 관계는 완전히 뒤틀려 버렸다.
권주한은 8년 전, 첫사랑을 사고로 잃었다.
그리고 십 년 가까이를 한량처럼 지냈다. 가족들도 손 놓은 주한을 변함없이 챙기는 것은 은성뿐이다.
다들 은성을 떠받들고 살라고 하지만 정작 주한은 모진 말도 서슴지 않고 한다. 은성 때문이니까. 은성이 진을 떠나가게 했으니까.
하지만 은성을 완전히 미워하는 것은 아니다. 미움과 우정 사이의 미묘한 감정이 흐르고 있다.
모은성은 8년 전, 하나뿐인 친구를 사고로 잃었다.
모든 것이 제 탓인 것만 같은 나날.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자존심은 자존심대로 팔아 치웠다.
그런데도 주한의 곁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좋아하니까.
은성은 저 때문에 방황하는 주한이 얼른 제자리로 돌아가길 바라면서도, 오갈 데 없어진 제 마음에 괴로워한다.
#친구도 원수도 아닌 미묘한 관계
#친구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
#네가 힘들었던 것만큼 나한테 복수해줘
#나는 널 기억 한쪽에 묻어두려고 해
[미리보기]
“어쨌든 상대가 남자잖아.”
잠시 말을 고른 주한이 다시 반박했다. 은성의 눈썹이 뭐? 하듯 휘어졌다.
“무슨 말이야?”
“네가 남자를 만나는 게 거슬린다고, 내가.”
진이 죽은 후 은성에게 1순위는 언제나 주한이었다. 일을 하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심지어는 제가 아플 때마저도 주한을 우선시해왔다. 말 그대로, 은성에겐 주한이 가장 중요했다. 그런 은성을, 주한의 친구들은 거머리 혹은 미저리라고 부르곤 했다.
그랬던 은성이 저를 옆에 두고도 쉴 새 없이 다른 일을 하고 심지어 웃기까지 한다. 제아무리 일적인 관계라고 해도 주한은 그게 거슬려서 참을 수 없었다.
“질투야? 그거.”
은성은 제가 물어놓고도 정신 나간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답은 금방 되돌아왔다.
“그런 것 같네.”
예상치 못한 대답에 멍해진 은성과 달리, 주한은 명확한 답을 얻어 한결 후련해진 얼굴로 대답했다.
“너 좋아하는 사람한테 물불 안 가리고 덤벼들어서 응석 다 받아 주는 타입이잖아. 네가 평생 납작 엎드리고 살아야 할 사람은 난데, 엉뚱한 놈한테 가서 그런다고 하면 내가 열이 받겠어? 안 받겠어?”
주한의 말은 은성의 뺨을 때리고 지나갔다. 정신 차리라는 듯이. 너 지금 그 말에 괜히 기대하지 말라는 듯이. 그래 봐야 결국 상처받는 건 너라는 듯이, 그렇게 은성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목차]
1. 친구 혹은 악연
2. 관계의 종말
3. 벽장 속 해골
4. 순정의 이면
5. 여름과 가을 사이
6. 그 매듭
7.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