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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결 1권

    2018.07.16 약 17.7만자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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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카이메르 공국의 18세 후작 이안 피츠제럴드.

지나치게 아름다운 외모와 마법적 재능, 그리고 뛰어난 두뇌로 인해 도리어 인간 불신으로 똘똘 뭉친 천재 마법사로 자란 그는 마법사의 정신적인 폭주 '마나화(化)'를 겪은 뒤 심신미약 상태에서 수백 명을 몰살하면서 더욱더 자기만의 세계 속에 갇히게 된다. 열 살짜리 순수한 왕자의 도움으로 그는 다시 한 번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지만, 왕자는 왕위 세습권을 얻기 위한 순례 여행을 떠났다가 처참한 모습으로 환궁하고, 이안은 그의 쌍둥이 여동생이라도 지키기 위해 그녀의 순례 여행에 동참하게 되는데...





-본문 중에서-



“저는… 망가졌습니다.”

결국, 이안은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본심을 털어놓으면서 두 개의 새파란 빛마저 도로 닫아 버렸다.

“제가 당신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말에 키르미아는 슬픈 얼굴을 했다. 하지만 애정으로 가득한 강아지가 열심히 꼬리를 흔드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 것처럼, 그는 이안에게서 도망치는 대신 도리어 그의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 앉았다.

“이안은 망가지지 않았어요…. 이안은… 저어, 멋있어요….”

그 말에 왜 울컥 눈물이 흘러나오는 건지. 그렇지만 이안은 손등으로 제 눈가를 문질러 닦아내면서 냉담하게 그를 밀어냈다.

“전… 저와의 싸움에서 졌습니다. 전 이제 다른 누구와 싸우는 것은 고사하고… 제 한 몸조차 가누기 힘듭니다.”

어린 왕자는 쉽게 이안을 포기하려 들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힘이 들어간 갈색 눈동자로 이안, 아니, 이불 뭉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럼, 제가 이안을 지켜 줄게요.”

작고 연약한 두 손으로 꼬옥 이불 뭉치를 껴안으면서, 키르미아는 말했다.

“이안이 상처 입지 않도록, 제가 이안을 지켜 줄게요.”

고작 열 살짜리가. 제 선생에게 엉덩이나 얻어맞고, 그것을 두 손으로 비비적거리는 꼬맹이 따위가.

“저 새하얀 달빛들이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네요. 다정한 풀벌레들이 당신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있어요.”

왕자는 자기 세계에 틀어박힌 상처 입은 제 영웅을 위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박자도, 음정도 엉망진창인 채, 하지만 마음만은 그 누구보다도 신실하고, 투명하게.

“당신은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거예요, 내 사랑. 두려워하지 말고, 제 손을 꼭 잡아요. 그 어떤 무서운 것들도 당신의 기사인 저를 이길 수 없어요. 그 어떤 두려운 일들도 저를 넘어서 당신에게 갈 수 없어요.”

열 살짜리 왕자는 이불 속에서 울음 참는 소리를 내는 열여섯 살짜리 소년을,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가장 멋진 자신의 영웅을 순수한 애정으로 꼭 껴안았다.

“당신은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거예요, 내 사랑. 당신은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 될 거예요.”

끈질긴 왕자님의 완승이었다.

결국 그의 영웅은 한 달 만에 두꺼운 이불에서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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