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한주 그룹 막내아들이자 조연급 연기자 강준욱(31세)은 연기자 선배인 미혼모 한애리의 딸 한예나(19세)의 일이라면 겉으로는 불평을 늘어놓지만 물불을 가리지 않고 떠맡습니다.
어리버리하지만 대한민국 순수 청년 강준욱과 똑똑하고 영리하지만 마음 여린 여고생 한예나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본문 중에서-
“잘 있었냐, 우리 강아지.”
준욱은 손을 뻗어 예나의 앞머리를 장난스럽게 흩뜨렸다. 그런 다음 예나의 뺨을 가만 어루만졌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피부 감촉이 준욱의 심장을 새삼 아프도록 후벼 파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덥석.
예나는 준욱의 허리에 양팔을 감고 힘차게 안겨 왔다. 그 바람에 준욱이 휘청하고 뒤로 넘어갈 뻔했다. 준욱의 가슴에 예나의 뺨이 난데없이 와 닿았다. 애틋한 기운이 준욱의 심장을 중심으로 서서히 번져 나갔다.
준욱도 예나의 등을 안아 다독거려 주고 싶었지만 예나의 등엔 커다란 백팩이 힘겹게 매달려 있었다. 준욱은 그녀의 가느다란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백팩을 얼른 벗겨 내어 자신의 어깨에 둘러멨다.
곧바로 준욱은 예나의 양팔을 힘차게 끌어다 가슴에 단단하게 안았다. 예나의 따뜻한 체온이 준욱의 온몸을 뜨겁게 데워 갔다. 준욱은 저도 모르게 예나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어 버렸다. 달콤한 장미향이 코끝에 알싸하게 번졌다. 준욱은 예나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손끝에 부서지는 나른하고 매끄러운 감촉에 괜히 울컥하고 말았다.
“너 나 안 보고 싶었냐.”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 아저씨는?”
예나의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 준욱의 심장은 한껏 쪼그라들어 한 점 점이 되고 말았다.
“응?”
“……나도.”
예나의 재촉 아닌 재촉에 준욱은 겨우 두 마디 했다, 그것도 아주 힘겹게 목까지 살짝 메어 버린 채로.
예나는 또래에 비해 키도 크고 몸의 굴곡도 분명했다. 자신의 가슴팍에 정면으로 안겨든 그녀는 준욱이 알고 있는 그 시절 그때의 어린 예나가 더 이상 아니었다. 이제 다 자란 성인 여자의 몸을 하고 있는 예나가 준욱에게 지그시 기대왔다.
준욱은 당혹스러웠다. 낯설었다. 동시에 두려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그녀를 자신의 품에서 내려놓기는 싫었다. 왜 그런 건지 그건 준욱 스스로도 잘 몰랐다.
순간 주변을 둘러싼 소음이 사라졌다. 모든 형체는 부옇게 흐려졌다.
어디선가 제법 쌀쌀한 밤바람 한 줄기가 불어왔다. 바람은 만개한 벚꽃들을 가만히 흔들어 꽃비가 내리게 했다. 준욱은 자신의 어깨와 예나의 머리 위로 가볍게 흘러내리는 꽃비의 흔적들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하늘하늘 흩어지는 꽃잎들의 존재는 준욱의 심장을 위태로울 정도로 격하게 뒤흔들어 버렸다.
예나는 여전히 준욱의 품 안에 밀착되어 안겨 있었다. 더도 덜도 말고 이대로 딱 한 시간만 시간이 멈추어 버렸으면 좋겠다고, 그 순간 준욱은 마음속으로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목차
제 1 장
제 2 장
제 3 장
제 4 장
제 5 장
제 6 장
제 7 장
제 8 장
제 9 장
제 10 장
제 11 장
제 12 장
제 13 장
제 14 장
제 15 장
제 16 장
제 17 장
제 18 장
제 19 장
제 20 장
제 21 장
제 22 장
제 23 장
제 24 장
제 25 장
제 26 장
제 27 장
제 28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