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장으로의 정식 발령을 앞두고 리조트에 투숙하게 된 안도훈. 그가 제일 먼저 마주한 것은 반유진, 오래전 과거였다. “반갑습니다. 고객님.” 프런트 데스크에 선 그녀가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넨다. 고통 속에서 엇갈린 뒤로 10년 만의 일이었다. “투숙하고 싶은데요. 빈 객실 있습니까?” 흔들리는 속내를 들킬까, 도훈은 선글라스를 살짝 밀어 올려 시선을 감추고 만다.
우리는 인연일까, 악연일까? 보드라운 모래사장에 지난한 과거를 묻고 푸르게 펼쳐진 바다의 품에 안기노라면, 다 괜찮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세컨드로라도 만족하겠다는 말, 취소예요. 나 그 정도로 마음 넓은 사람 되진 못할 것 같아. 좋아합니다.”
반유진, 당신의 모든 날을 달라는 소리가 아니야. 당신의 전부를 다 달라고도 조르지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