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사랑해. 죽일 듯이 싸우며 괴롭혔지만, 이젠 안 그래. 사랑이니까, 사랑인 걸 알아 버렸으니까.”
마치 자신의 마음을 옮겨 놓기라도 한 듯한 ‘대사’를 끝내고도 잠시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던 그는 한쪽 입꼬리만 가까스로 움직여 미소 비슷한 것을 지어 보이고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저 부드러운 키스의 시작만 하면 되는 거였다. 키스가 시작되고 나면 클로즈업이 아닌 여러 각도에서 찍힌 풀 샷으로 편집될 예정이었기에 그는 ‘시작만’ 하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보드랍기 그지없는, 말랑말랑하고 친절한 짝을 만난 그의 입술은 이미 뇌의 통제 따위는 무시하고 있다.
결혼이야 형식적인 거죠. 식 자체에 의미야 있겠지만, 크게 상관하진 않아요.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지금 제 곁에 그녀가 있고, 그녀의 곁이 항상 제가 돌아갈 자리라는 거죠. 둘이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K-POP No.1 Magazine 10월호 <Korean wave series 7th - 노래하는 배우 조 인하> 인터뷰 중.]
#사랑 앞에서는 통제 불능이 되어버리는 조인하.
그녀의 웃음소리를 거짓말처럼 사라지게 한 것은 연신 벙긋거리던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 마디였다.
“결혼해.”
결혼. 그와 함께했던 지난 11년간의 기억들을 고스란히 보듬어 영원히 저장할 수 있는 안전한 금고. 그를 탐내는 뭇 여인네들의 시선을 힘들이지 않고 차단할 수 있는 유용한 법적 장치. 그녀에게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지붕과 사나운 무리로부터 든든하게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어 줄 고마운 사회적 제도. 그녀가 꿈꿔왔던, 사랑이 충만한 이 여행에서의 마지막 도착지.
오랜 기간 서로에게 충실했던 그들이었으므로 지금쯤 ‘결혼’이라는 단어가 거론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했음에도 그녀는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 왜 놀라운 건지, 왜 자신이 얼빠진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는 건지 지금 당장 생각해낼 수 있는 이유는…….
결혼식 날짜를 잡는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진 않았지만, 서로 믿고 있으니까,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우리가 함께 갈 곳은 정해져 있다고 믿으니까요. 사람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있나요? 하나를 얻기 위해서 다른 하나를 포기하기도 하고, 빈 곳은 채우고, 넘치는 곳은 덜어내고,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인 것 같아요. [Woman Story 9월호 <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여자 서 하연> 인터뷰 중.]
#현실의 벽에 부딪혀 고민에 빠진 서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