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바람에 날린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던 그 순간, 세상의 호흡이 그대로 멈춘 것만 같았다. 설렌 마음에 몇 날 며칠 잠도 이루지 못했고 참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아주 가끔씩 아무도 모르게 그를 그리워하는 것, 딱 그 정도만 욕심냈다. ‘가끔씩 꿈속에서도 길을 잃어요. 저는요, 꿈을 꾸더라도 현실에 발을 딱 붙인 채로 꿔야 해요.’ 가까워진 거리만큼이나 욕심도 자라고 있지만 여은은 두 눈 꾹 감고 현실을 되뇌었다.